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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닐곱 어렸을 때부터 아는 소리를 입에 담았다. 열두 살부터 무병을 앓고 열일곱에 만신(萬神)이 됐다. 내림굿을 해준 이는 외할머니였다. 나라 만신으로 불리는 김금화(金錦花·87) 선생의 무당 인생 첫 장을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무당이 된 이후 세상 숱한 질문과 마주한다. 제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만사형통합니까?
2018-08-16
산중에 눈이 내린다. 폭설이다. 천지가 마주 붙어 눈보라에 휘감긴다. 어렵사리 차를 몰아 찾아든 산간고샅엔 오두막 한 채. 대문도 울도 없다. 사람이 살만한 최소치의 사이즈를 구현한 이 갸륵한 건물은 원시적이거나 전위적이다. 한눈에 집주인의 의도가 짚이는 집이다. 욕심일랑 산 아래 고이 내려놓고 검박하게 살리라, 그런 내심이 읽힌다. 대한성공회 윤정현 신부(64)의 집이다. 그가 이 산중으로 귀촌한 건 3년 전.
2018-08-16
이번 달에 소개하고 싶은 책 두 권은 분위기가 딴판이다. <파란 의자>는 밝은 하늘색과 아주 고운 모래빛깔 같은 색감이 어우러진 명랑한 톤이고, <해리스 버딕의 미스테리>는 제목에 어울리는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의 책이다.
2018-08-16
꼭 1년 전인 2017년 2월 중순, 전북 정읍의 내장산을 찾았습니다. 한겨울 그 진면목이 드러나는 겨우살이, 특히 붉은겨우살이를 만나고 싶어 일부러 길을 나섰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연자봉 중턱 전망대에 오르자 과연 기대했던 대로 한 폭의 멋진 수묵화가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각각 연한 미색과 붉은색 열매를 풍성하게 맺은 겨우살이와 붉은겨우살이가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환하게 드러나 있었던 거죠. 겨울 여행의 정취에 흠뻑 빠져 변산반도 서쪽으로 내처 달려 닿은 곳은 부안의 능가산 내소사.
2018-08-16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 보면 안다. 많은 한국인이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머물고 있는 이유를 말이다. 매력이 넘치는 바르셀로나는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도 큰 인기다. ‘내 남자의 여자도 좋아’, ‘비우티풀’,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등은 모두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다. 또 몬주익 언덕에는 마라톤 선수 황영조 기념탑이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우승을 안겨줬던 도시. 낯선 나라에서 한글을 보면 가슴이 짜르르해지고 눈시울이 젖는다.
2018-08-16
제주에서 4·3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70년이 됐다. 이를 맞아 제주시는 2018년을 제주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스탠딩뮤지컬 ‘1946 화순’(극단 경험과 상상/작·연출 류성)의 제주 초청 공연이다. 1946년 전라남도 화순 탄광촌에서 벌어진 사건을 재조명한 작품으로 4·3 사건과 흡사한 부분이 매우 많다.
2018-08-16
전기 보급과 함께 빠르게 사라져버린 것이 있다. 등잔이다. 나무나 금속으로 만든 막대 사이에 흙으로 빚은 잔을 끼워놓은 것. 잔 안에 심지를 넣고 기름을 부어 불을 붙이면 어두웠던 세상이 밝아졌다. 과거 인간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지만 지금은 없다. 신문물의 등장으로 기억에서 빠르게 잊혔지만 등잔은 우리 삶에 있어 고마운 물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마구 버려졌던 가치를 마음에 새기고 100년 넘게 모아놓은 등잔을 마주하러 한국등잔박물관에 찾아갔다.
2018-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