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이십 대 때처럼
요즘은 아침마다 의욕이 샘솟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인턴은 나이가 아니라
열정을 품은 사람이다 | 4050인턴십
박준형(우수상)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 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합격하셨습니다.”
통화를 끊자, 내 귀에는 영화 국가대표 OST ‘버터플라이’ 노래가 마치 이 순간의 주제가인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그동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흐르며 순간, 울컥하는 벅찬 감정과 함께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나이 오십 넘어 회사에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 게 뭐 그리 좋은 일이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퇴직 후 몇 년간 방황했던 시간을 떠올려보면 내게 이번 합격은 단순한 취업이 아니라 새로운 비상을 위한 시작이기 때문이다.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프리랜서 활동도 병행하면서 나름 좋은 성과와 많은 성취를 이뤄냈던 나였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운다고, 너무 자만했던 걸까?나이 오십을 목전에 두고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기만 하던 그때, 영업을 확대해 프리랜서 활동만 집중하자라는 생각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하지만 한 순간이였다. 예상과 달리 코로나가 터졌고, 경제상황이 위축될수록 일감은 줄어들어 결국엔 반백수처럼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간간히 들어오는 일을 하며 ‘나는 백수가 아닌 프리랜서야’라며 알량한 자존심으로 견뎠지만, 은행 잔고는 줄고 투자는 실패하고, 무엇보다 하는 일 없이 하루종일 지낸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렇게 1-2년을 술과 함께 허송세월로 보내며 참 많은 방황을 했다.
새로운 일을 해보자는 마음에 음식점 주방일이며 택배 일이며 이것저것 도전해 보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일은 손에 쉽게 익지 않았고,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일을 쉬다 하다를 반복했다. 결국 원래 해왔던 분야로 취업하기 위해 취업사이트를 수시로 확인하고, 수십 군데 회사에 지원했지만 이미 오십이 넘어버린 나를 고용하겠다는 곳은 없었다.
그러다 「4050인턴십」 모집공고를 발견했다. 처음엔 설마 싶었지만 정말 50세가 넘어도 인턴으로 채용해준다기에 지원했다. 오래간만에 받아보는 면접 연락에 설레는 마음으로 단단히 준비했지만 첫 번째 회사는 보기 좋게 불합격. 하지만 다시 ‘오로라 파이브’라는 스타트업 기업에 지원하여 면접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는 직접 면접관에게 적극적으로 나 자신을 어필했다. 오히려 과제를 내달라고, 그 테스트를 통해 공정한 심사를 받고 싶다는 나의 제안을 회사에서는 좋게 받아들여 입사를 위한 과제를 내주었다. 주말 내내 그 일에 붙든 끝에 결국, 합격이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을 근무한 지금, 나는 무척이나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나이 오십에 인턴이라는 상황이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예전 직장 근무할 때 받던 급여와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이십 대 때처럼 요즘은 아침마다 의욕이 샘솟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회사 ‘오로라 파이브’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수평적 조직문화를 갖췄다는 점이다. 대표님 이하 모든 직원들이 연령과 직급에 상관없이 무조건 ‘OO님’으로 호칭하며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일 외적으로 누구나 겪게 되는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요즘 이 곳에서 나는 공연, 이벤트 등 프로모션 행사기획을 하거나 기업의 세미나, 포럼 등의 유치를 위한 제안서 작업을 하고 있다. 용어에서 업무 프로세스까지 모두 생소한 분야지만, 큰 차원에서는 내가 했던 광고마케팅과 맞닿는 부분이 많아 빠르게 적응한 편이다. 나이 차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경험이 많은 ‘어린 선배님’들의 배려 덕분에 차근차근 일을 배워나가고 있다.
현장 일이 많은 것도 즐겁다. 전에는 하루종일 사무실에만 앉아 일했는데, 이제는 행사 특성상 무대부터 영상, 음향연출까지 장비를 하나하나 옮겨 셋팅하고 리허설을 해야 한다. 물론 무거운 장비를 옮기느라 힘들때도 있지만 현장이 주는 에너지와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 덕분에 즐거움이 더 크다.
오늘은 그동안 준비했던 기업체 포럼 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직원들과 서로 수고했다는 격려를 나누며 퇴근했다. 집으로 돌아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길을 잘못 들어 잠시 헤맸을 뿐, 이제는 내가 가야 할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앞으로는 늦을지언정 멈추지 않고 걷겠다. 아니, 달려야겠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10년 뒤, 5년 뒤, 당장 1년 뒤 나는 어디에 서 있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지금 근무하는 회사가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번 4050인턴십에서 내가 배운 건 꿈이 있는 한, 계속 도전해 보라는, ‘인턴은 나이가 아니라 열정을 품은 사람이다’ 라는 것이다.
마음 속이 뜨거워지며 다시 다짐해 본다.
포기하지 말자, 살아있는 동안 열정을 갖고 힘차게 비상하자.
이젠 나의 날개를 다시 힘차게 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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